마흔이 넘었는데 인생이 실패했다는 생각에 괴롭습니다. 깊은 산속, 고즈넉한 절의 마당에는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습니다. 이따금씩 새들이 우짖는 소리가 들려왔고, 바람에 실려 온 향내가 고요한 공기를 감쌌습니다. 경내를 가득 채운 정적 속에서 대웅전 앞에는 노스님이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손에는 목탁을 들고 있었지만, 그것을 두드릴 생각은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저 눈을 감고 앉아 있을 뿐이었습니다.그때 한 여인이 조심스레 대웅전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그녀의 발소리는 마당의 자갈 위에서 사박사박 잔잔하게 울렸습니다. 옷차림은 소박했으나 눈빛에는 깊은 번뇌가 서려 있었습니다. 여인은 스님 앞에서 조용히 절을 올린 후, 한참을 머뭇거리다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스님, 저는 제 인생이 실패한 ..